<월드컵에 숨어있는 데이터 과학,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(EPTS)>
● 이번 16강으로 향하는 결승골을 꽂아 넣은 황희찬 선수는 국가대표에서 극적인 골을 많이 넣었습니다. 너무나 극적인 골들이어서 그런지 규정상 옐로 카드를 받을 수 있는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몇 번 펼친 적이 있는데요.
● 이번 상의 탈의 세리모니에 드러난 희찬 선수의 상체에는 황소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성난 근육과 더불어 특이한 모양의 검은 나일론 조끼가 보였습니다.
● 왜 축구선수가 브라톱을 입고 있지? 하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사실 많았고, 저도 저 조끼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. 요샌 이런게 유행인가?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, 사실 저 조끼는 데이터 과학의 산물입니다.
● 황희찬 선수가 입고 있던 나일론 조끼는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(EPTS, Electronic Performance & Tracking System)라고 불리는 웨어러블 기기입니다.
● 사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홈팀 브라질에게 7-1의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던 독일팀이 EPTS를 활용하여 큰 효과를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고,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레스터시티가 이를 활용했는데, 기적같은 우승 동화를 쓰게 되면서 EPTS는 축구계에서 더이상 유니크한 아이템이 아니라, 디폴트 아이템이 됩니다.
● EPTS에는 위치 추적 장치(GPS) 수신기, 자이로스코프(회전 운동 측정 센서), 가속도 센서, 심박 센서 등 각종 장비와 센서가 탑재되어 있고, 이를 활용해 선수들의 활동량, 최고 달리기 속도, 심박수 등의 신체정보와 더불어 슈팅이나 패스 성공률, 스프린트 횟수 등의 400여가지의 경기 데이터까지 수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.
● 특히 선수들의 등과 목쪽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자칫 착용 선수 거북목 논란(?)을 일으키기도 했던 장비는 GPS 수신기로 자동차 리모콘키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. 이 GPS 수신기로 선수들의 활동량과 활동 범위를 실시간으로 측정합니다.
● 이 외에 자이로스코프 센서는 선수들의 스프린트 거리, 횟수, 지속 시간과 경로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해줍니다. 이외에도 EPTS는 피로로 인한 부상 내지 심장 이상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.
● 재밌는 것은 이 조끼를 입고 뛴다면 선수의 이 정보가 코치진에게 30초만에 전달이 된다고 하네요.
● 또, 선수의 특성 파악과 실력 개선에도 쓰일 수 있지만, 특정 선수의 누적된 데이터는 구단주나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의 팀에 필요한 최적의 선수를 찾는 하나의 지표로도 활용되기도 합니다. 즉, 야구에서 WAR(대체선수 승리 기여도)이 이적시장에서 각 팀이 원하는 선수를 고르는데 활용되는 것처럼 EPTS도 동일한 쓰임을 갖는 것이죠.
● 실제 이전에는 골, 어시스트 등 공격 포인트 중심의 선수 가치 평가의 패러다임이었다면, 이제는 오프더 볼 상황에서 좋은 움직임으로 동료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주어 승리에 기여한 선수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계기가 마련되게 되었습니다. 박지성 선수가 조금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얻게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.
●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은 이유가 뭘까요? 그것은 바로 컨디션을 개인의 감에 의존하여 맞추는 것이 아니라, 명확하게 디지털화 즉, 수치화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.
●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컴퓨터를 활용하여 분석할 수 있다는 뜻이 되고, 컴퓨터에게 데이터 내지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. 이는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이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줍니다.
● 이제 AI는 축구 전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. 어떤 상황에서 슈팅이 골로 이어질 확률인 xG(Expected Goals)를 의미있는 지표로 받아들이고, 전술도 팀 전체의 xG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 것이 그 예입니다.
● 스포츠에 적용된 데이터 과학이 이제 스포츠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. 축구계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월드컵도 그 예외일 수는 없겠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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